육류, 어패류의 음식 궁합 

   


- 굴과 레몬 - 


굴만큼 세계 여러 나라에서 애용되는 식품도 드물 것이다. 굴은 어패류 중에서 영양소를 가장 이상적으로 가지고 있는 영양 식품으로 알려져 왔기 때문에, 고대 로마 황제들도 이 굴 요리를 즐겼다고 한다. 지금도 서양에서는 '바다에서 나는 우유'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다.


조개무지 즉 패총에서도 굴 껍질이 많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먼 옛날부터 식품으로 이용해 온 것을 알 수 있는데, 고대 중국과 로마에서는 굴을 양식했다는 기록도 있다. 특히 이탈리아의 나폴리에서는 

5세기경 이미 굴 양식을 많이 했다고 한다.

  

굴은 소금기가 적은 해안에서 작은 미생물인 규조류를 먹고 자라는데 1년 만에 성숙한다. 바위에 붙어 살기 때문에 '석화'라고도 한다. 한자로는 '모려'라고 하는데 이는 굴은 수놈뿐이고 암놈이 없다는 착각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굴은 가을부터 겨울 동안에 영양가가 높아지고 맛도 좋아진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oyster'의 'r'자가 안 들어 있는 달 즉 5, 6, 7, 8월에는 굴을 먹지 말라는 말도 있다.


산란기가 바로 이때이므로 영양분도 줄어 들고, 여름철이어서 빨리 부패하여 식중독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데서 생긴 말일 것이다. 보통 동물들은 산란기에는 자기 보호를 위해 독성 물질을 생산하는데 굴도 

이때에는 아린 맛이 심해진다.


굴을 먹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날 것으로 먹을 때 가장 굴의 진미를 맛볼 수 있다. 바다의 신선한 풍미와 담백한 맛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굴에 레몬을 곁들여 먹는 프랑스 요리는 명성이 높고 

전세계에서 이 방법이 가장 많이 애용되고 있다.

  

프랑스의 수도 파리는 바다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이곳에 사는 왕족을 비롯한 귀족들도 여러 날 걸려 운반해서 굴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냉동시설이 없었던 때여서 신선한 굴을 먹기가 어려웠었다. 그래서 신선하지 못한, 한물 간 굴을 맛있게 먹는 방법을 찾게 된 것이다.

  

굴은 수분이 약 80%, 단백질 10%, 지방 5%, 글리코겐 5%에 무기질과 비타민이 골고루 들어 있어 세균이 번식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뿐만 아니라 굴에는 자가효소가 많이 들어 있어 시간이 지나면 성분의 변화를 

일으켜 탄력이 떨어져 축 처지게 된다.

  

이러한 결점을 보완하는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는 재료가 레몬이다. 


레몬은 비타민 C 70mg과 유기산인 구연산 5mg, 그리고 칼륨, 칼슘 등 무기질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 특색이다.

  

레몬이라면 군침이 나올 정도로 신맛을 강하게 가지고 있는 과실이다. 굴에 레몬즙을 떨어뜨리면 첫째 나쁜 냄새가 가시게 된다. 둘째로는 굴의 구연산은 식중독 세균의 번식을 억제하며 살균 효과를 가지고 있다.

  

식품의 부패를 일으키는 부패 세균은 수소이온농도(ph)7 가량의 중성에서 활동을 잘 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어패류와 육류는 모두 중성이어서 부패균이 번식하기 쉬워 신선도 유지가 매우 어렵다. 더욱이 굴에는 수분과 단백질, 글리코겐이 함유되어 세균의 번식이 빨라 변질이 쉽다.

  

그런데 레몬은 구연산이 많아 새콤하며 그 자체로는 산성으로, 산도 ph가 3--4 정도다. 이러한 산성 조건하에서는 부패 세균의 번식 환경이 맞지 않아 잘 자라지 못한다.

  

그래서 굴을 먹을 때 레몬즙을 곁들이거나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것은, 산뜻한 맛을 주는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부패 세균에 대한 번식 억제와 살균 효과도 기대되는 것이다.

  

세 번째 효과는 무기질인 철분의 흡수 이용률이 향상되는 점이다. 식품 중의 철분은 체내에 잘 흡수되지 않아 문제가 많은 영양소다.

  

예로부터 굴은 빈혈에 좋고 피부미용에 뛰어난 효과가 있으며, 식은땀을 흘리는 허약한 사람의 체질을 고칠 수 있다고 알려져 왔다. 


그것은 굴에는 우수한 단백질과 철분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100g 중에 함유된 철분량을 보면 우유에는 6.1mg, 계란에는 2.6mg인데 굴에는 8mg이나 된다. 그런데 이 철분의 흡수 이용을 돕는 것이 유기태 철분이다. 레몬의 신맛인 구연산은 철분과 결합하면 흡수가 잘 되는 구연산 철분이 되어 유기태 철분으로 변신을 한다.


거기에다 레몬에 함유된 비타민C 즉 아스코르빈산은 철분의 장내 흡수를 크게 도와 준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지고 있다. 따라서 굴을 먹을 때 귤이나 레몬즙을 함께 먹으면 빈혈 치료 효과가 더욱 커지는 것이다. 


우연히 곁들여 먹기 시작한 것이 이렇게 과학적 합리성을 가지고 있으리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